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02재정은어떻게내삶을바꾸는가표지-입체

출산·보육·노후부터 교통·보건·교육까지
200조 머니게임 지방재정,
누구를 위해 쓰이는가, 제대로 쓰이는가,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

한국사회 필수 지식 지방재정 교양 강의
우리가 내는 세금은 국세와 지방세로 나뉜다. 국세, 즉 중앙정부가 거두는 세금이 훨씬 많다. 조세수입을 기준으로 국세와 지방세는 8 대 2다. 그런데 정부가 쓰는 돈을 기준으로 하면 역전된다. 6 대 4로 지방정부가 많다. 버는 돈은 적은데 어떻게 더 많은 돈을 쓸까.
고려대 행정학과 김태일 교수는 이 복잡한 셈법에 지방재정의 문제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할 것인가 민간이 할 것인가, 정부가 한다면 중앙이 할 것인가 지방이 할 것인가, 지방이 한다면 그 사업은 지방 돈으로 할 것인가 중앙에서 보태줄 것인가.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는 이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준다. 경제학, 행정학, 재정학을 전공한 저자는 ‘좋은예산센터’ 활동과 경험을 더해 지방재정에 관한 기본 원리와 지식은 물론 현실 사례를 두루 담아냈다. 지방자치의 원리와 의의, 지방재정의 구조와 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 불거진 기초연금 논란, 지방공기업 부채, ‘세 모녀 자살 사건’ 같은 한국사회 핫이슈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리 삶에 훨씬 가까운 일들을 담당하지만 국회, 청와대, 중앙부처에 비해 관심이 덜한 것이 지방정부다. 그렇기에 조그만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참여한다면 지방정부의 역할이 조금 더 나아지고, 그럼으로써 우리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대중교양서로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지방재정 문제를 쓴 이유이기도 하다.

남발하는 개발사업, 예산이 빠듯한 복지사업, 누구의 책임인가
지방재정 문제를 이해하는 균형 잡힌 시선

국민 입장에서는 국세로 내건 지방세로 내건 내 돈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떤 사업을 중앙정부에서 하건 지방정부에서 하건 혜택만 똑같이 누릴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 수입과 지출을 어디서 맡느냐에 따라 사업의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또 이론적으로는 지방자치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제시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한 여러 현실 제약이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지방재정은 중앙-지방, 정치인-행정가, 지역유지-주민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맞물린 머니게임이기 때문이며 이론과는 다른 현실의 힘이 여기에 작용한다. 중앙-지방의 역할 분담, 국세-지방세 비율 조정, 지방 행정 체계 개편 등 다양한 문제의 해법 또한 입장에 따라 엇갈린다. 이 책은 어느 한편에 서서 지방재정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각 장마다 지방재정의 문제점/쟁점별로 핵심을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해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개발사업과 복지사업에 주목한다. 지방재정의 현안도 이 두 가지에서 발생한다. 개발사업은 방만해서, 복지사업은 돈이 부족해서 발생한다.

-풀뿌리 카르텔이 남발하는 각종 개발사업
지방정부 자체적으로 하는 일 중에서 파급효과가 큰 일에는 중앙정부에서 국고보조금을 지원한다. 대개 낭비가 발생하는 일들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사업들이다. 보조금이 없다면, 민자를 유치하거나 지방공기업 부채로 사업을 벌일 수도 있다. 국고보조금을 낭비하거나, 민자를 유치한 대가로 막대한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지방공기업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남발되는 개발사업의 이면에는 지역유지, 즉 토호와 지역 정치인이 결탁한 ‘풀뿌리 카르텔’이 도사리고 있다. 중앙정부를 압박하거나 지방정부 조례 등을 변경해 개발업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또 우리 지방자치 특성상 눈에 보이는 치적으로 각종 개발사업만 한 게 없다는 현실도 작용한다. 이 책은 일반적인 경제학적인 개념이나 원리 설명에 전남 F1 대회, 태백 오투리조트, 용인 경전철 같은 사례들을 더했다. 이로써 지방재정 문제뿐 아니라 한국사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지방재원징발사업이라 부를 만한 대행 복지사업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사업을 대행하는 경우가 많다. 자체사업보다 이렇게 맡는 ‘위임사무’가 더 많아 온전한 지방자치를 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기초연금, 보육료 지원, 기초생활보장급여 등 중앙정부 사업이지만 지방정부가 집행을 대행한다. 그런데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칭사업비’라는 돈도 대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업을 집행할 재원을 마련하느라 지방정부에는 큰 부담이다. 각종 복지정책을 둘러싸고 중앙-지방 간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왜 대행사업비를 지방정부가 분담하는지, 이를 개선하려면 어떤 방안들이 있는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대통령이 언급했던 ‘복지 깔때기’ 문제
복지재정 100조 시대, 복지서비스 시대에 지방정부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 중 약 3분의 1이 복지에 쓰인다. 이 중에서 압도적으로 중앙정부 예산 규모가 크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 맡기는 대행사업을 지방정부 몫으로 해도 7 대 3이다(중앙정부 지출에 포함되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태일 교수는 앞으로 복지가 확대될수록 지방정부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말한다. 과거 복지국가가 산업사회의 산업재해․실업․질병․은퇴라는 위험에 대비해 국가가 현금을 지급하는 형태였다면, 이제 상시적인 보육, 요양, 교육 훈련, 취업 알선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현금 지급보다 훨씬 까다롭다. 내용 관리가 중요하다.
이때 복지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지방정부다. 복지를 보편이냐 선별이냐, 현금이냐 서비스냐로 나눈다면, 보편이고 현금이면 간단하다. 대상자에게 일정한 현금을 지급하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별과 서비스는 다르다. 누구에게 줄지, 무엇을 얼마나 줄지,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는지를 관리하는지에 따라 복지의 내용이 달라진다. 중앙정부에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체계에서 일만 지방정부에 맡겨서는 곤란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언급했던 ‘복지 깔때기’ 문제, 즉 중앙정부에서 갖가지 복지사업을 만들어내면 결국 읍․면․동 일선 복지 공무원들을 짓누른다. 잇따르는 복지 공무원, 사회복지사 자살의 이면에는 이런 배경이 숨어 있다. 저자는 복지서비스 제공의 오류, 받아야 할 사람이 못 받거나 받지 않아도 될 사람이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지방정부 역할이 중요해지며 각급 지방정부의 업무 분담을 조정해 이를 막는 것이 복지재정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지방세 증세부터 교육자치 문제, 지방행정 개편까지
지방재정과 지방자치, 지방정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한다

이 책에는 황당한 낭비부터 위기감이 들 만한 지방정부 부채 문제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그러나 문제점만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실무자들에게는 지방재정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도 지방정부의 역할과 체계의 변화에 대해 함께 생각할 대안을 제시한다.
지방세가 부족하다는데 지방세를 늘릴 수 있을까, 얼마나 늘려야 할까. 지방정부가 대행하는 사업이 문제의 원인이라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 현재와 같은 지방 행정 체계를 다르게 바꾼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다양한 핫 이슈를 사안별로 조목조목 분석해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지방정부 역할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크게 개발과 교육이다. 현재 개발사업은 지역유지, 토호와 연계된 부동산 개발 사업 중심이다. 저자는 이를 ‘성장기구 이론’에 대입해 ‘부동산 성장연합’ 대신 ‘공동체 성장연합’이 중심이 되는 개발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미 시행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이나, ‘마을 만들기 사업’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획기적인 개선보다는 참여에 의한 점진적인 변화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고 확대하는 것 또한 가능함을 보여준다.
또 교육자치가 교육감 직선제를 말하는 것은 아니기에 교육을 지방교육청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업무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헌법에 천명된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독립성은 ‘교육’이 그래야 한다는 것이지 ‘교육 행정’이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교육이 지방자치단체 업무로 옮겨졌을 때 더 나은 교육 정책이 발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 소개

김태일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정책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공공경제학과 복지정책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2001년부터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위원회 운영위원, 2010년부터 ‘좋은예산센터’ 소장을 맡아 시민운동가로서 재정에 대한 시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복지재정과 시민참여》(공저)를 썼다.

좋은예산센터 좋은예산센터는 ‘시민을 위한 예산정책 전문 집단’을 지향하는 시민운동 단체다. 자신이 낸 세금의 쓰임새를 결정하고 감시하는 국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1999년 창립해 2000년부터 예산 낭비를 고발하는 ‘밑 빠진 독 상(賞)’ 활동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주민소환, 주민소송제 도입 운동에 앞장서 재정에 대한 국민참정권 확대에 기여했다. 최근 주민참여예산제가 확대되면서 이를 연구, 교육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 재정건전성 유지와 복지 확충 등 바람직한 국가재정의 비전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추천사

김문수(전 경기도지사) 나는 지난 8년간 인구 1200만 명의 대한민국 최대 지자체, 경기도의 도지사로 일하면서 지방선거는 있을지언정 지방자치는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오늘날 전 세계가 지방자치를 통해 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지만, 우리는 헌법상 선언에 머물고 있다. 지방자치가 발전해야 민주화도 완성되고, 대통령과 국민, 지방이 더 행복해진다. 제왕적 대통령제, 지역이기주의, 포퓰리즘 같은 병폐를 청산하고 자치와 분권에 입각한 섬김과 나눔의 리더십을 확립해야만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 이 책은 지방정부와 지방자치의 기초 지식에서 출발, 지방재정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교육을 단체장의 업무로 하자는 것과 지역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제안은 탁월하다. 풀뿌리 민주주의, 자치와 분권의 시대를 모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문재인(국회의원) 지방자치는 우리 동네 이야기입니다. 밥 먹고, 잠자고, 아이 키우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 책은 지방정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지방재정이 우리 삶을 위해 어떻게 쓰이고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를 쉽게 풀어 보여줍니다. 대표와 책임, 응답성이라는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더 나은 지방자치가 가능하다는 기본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좋은 주권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한 권의 책, 좋은 주권자가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차례

들어가는 글 | 더 나은 지방자치가 가능하다
1부 지방정부, 이렇게 움직인다
1장 지방정부는 무슨 일을 하는가 | 정부 간 업무 분담
2장 왜 지방자치를 하나 | 지방자치의 의의와 한계
2부 지방재정,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3장 적게 걷고 많이 쓴다 | 지방세의 체계와 규모
4장 중앙이 주는 돈이 문제가 된다 | 교부금·보조금
3부 지방재정, 이래도 되는가
5장 파산마저 거론되는 지방재정 위기 | 지자체 파산
6장 예산 없이 벌이는 대규모 개발사업 | 국제대회·민자사업·지방공기업
7장 이렇게 함부로 써도 되는가 | 낭비와 부조리
4부 지방재정, 어떻게 바꿀까
8장 복지 시대, 왜 지방이 중요한가 | 복지의 선별과 전달
9장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성장의 패러다임
10장 토호냐 주민이냐, 부동산이냐 공동체냐 | 주민참여
나가는 글 | 좋은 정부의 조건, 좋은 시민의 의무
보론 | 지방자치 개편안 정리

본문 발췌

복지 역할에 대한 이슈는 두 가지다. 서비스 전달과 재원 조달이다. 중앙정부에서 만든 복지정책도 실제 집행은 주민과 대면하는 지방정부에서 담당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복지정책도 실시한다고 다가 아니다. 애초 목표대로 국민들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 복지가 제대로 전달되려면 대상자를 선정하고 서비스 질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중앙정부에서 복지정책을 만들어놓고, 집행은 물론이고 재원 일부까지 맡으라고 하니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불만이다. 불만에서 끝나지 않는다. 분담금을 마련하느라 몹시 힘들다. 특히 최근에 급속히 확대된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으로 분담금 액수가 늘어 더욱 힘들다. 15

정책 효과가 전국적인 것은 중앙정부, 지역적인 것은 지방정부가 담당한다. 이는 업무를 배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이 기준은 상하위 지방정부 간 업무 배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지역 내에서도 정책 효과가 개별 시․군․구에 한정되면 시․군․구에서 담당하고 개별 시․군․구 범위를 넘어서면 광역 시․도에서 담당한다. 이 기준을 세련되게 표현한 것이 ‘보충성의 원칙(principle of subsidiarity)’이다. 풀이하면 이렇다. ‘공공업무 배분은 우선 주민과 가장 밀착한 정부(시․군․구)로부터 시작하라.8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곳에 맡겨라. 그곳에서 하기 힘든 일은 차상위 정부(광역 시․도)에 맡겨라. 그곳에서도 하기 힘든 일은 그 위의 정부(중앙정부)에 맡겨라.’ 44~45

전체 재정에서 중앙과 지방의 몫을 구분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조세수입을 기준으로 삼으면 중앙과 지방의 몫, 즉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 대 2 정도다. 그러나 지출을 기준으로 삼으면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전체 지출 중 중앙과 지방의 비율은 4 대 6으로 역전된다. 지방의 몫이 이토록 많다는 데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주의할 게 있다. 1장에서 다뤘듯이 지방정부 사업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이고 또 하나는 중앙정부가 만든 사업의 집행만 대행하는 사업이다. 지출을 형식이 아니라 내용, 즉 실제 누가 만들고 주도 하는가에 의해 구분하면 대행사업은 중앙정부 몫에 포함하는 게 더 맞다. 지방정부 전체 사업비 중에서 자체사업비와 대행사업비 비율은 45 대 55다. 그러니 지출 ‘ 내용 ’으로 중앙과 지방의 몫을 구분하면 대략 7 대 3 정도가 된다. 77~79

정부 총지출 중에서 중앙 대 지방의 지출 비중을 보자. 2013년도 우리나라의 중앙정부, 지방정부, 교육청의 재정지출액은 각각 153조 원, 151조 원, 55조 원이다. 교육청도 지방정부에 해당하니 이를 포함해서 중앙 대 지방의 지출액 비율을 보면 대략 4 대 6이다. 중앙과 지방을 합친 전체 정부 지출 중에서 지방정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제법 크다. 지출은 평균보다 상당히 큰데 자체수입은 평균 정도다.4 그래서 지방정부 지출 대비 자체재원 비중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자체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82~83

우리나라는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정하는 일은 국회가 결정하는 법률로만 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따른다. 그래서 지방정부에는 조세 결정권이 없다. 단지 일부 지방세에 대해 국회가 정한 세율을 일정 범위 내에서 지방정부가 가감할 수 있는 탄력세율제도만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서울시 자치구 등에서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데 일부 적용될 뿐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지방정부에서 자체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중앙정부와 국회에 항의나 부탁하는 것 외에는 별로 없다. 그 밖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체납세 징수를 강화하는 것과 세외수입을 늘리기 위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짜내는 정도다. 93~94

2013년 현재 지방교육청 채무는 약 3조 원이다. 일반 지자체는 직접 채무가 30조 원 남짓에 지방공기업 부채 70여조 원을 더해 빚이 100조 원이다. 이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대규모 개발사업이 없고 일상적인 서비스인 ‘ 교육 ’을 수행한다는 교육청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큰 빚을 진다는 게 비정상이다. 그러니 3조 원 규모도 작은 것이 아니다. 지방교육청 채무에서 기존의 빚보다 앞으로 지불해야 할 임대료가 더 큰 문제다. 그동안 민자유치 사업으로 학교나 기숙사를 많이 지었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한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이에 대해서는 6장 설명 참조). 2011년까지 추진된 사업으로 2012년 이후 지불해야 할 임대료 규모는 대략 12조 원이다 113

최근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복지 분야 대행사업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매칭사업비 규모도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재정이 어려워진 지방정부가 여럿이다. 사실 요즘 복지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국고보조 행태를 보면 지방정부 입장이 딱하다. 중앙정부 사업을 지방정부가 대신 집행하면서 돈까지 강제로 부담해야 하니 말이다. 더욱이 국민들은 기초연금이나 무상보육을 대통령과 국회 등 중앙정부 업적이라고 생각하지 지방정부 업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방정부 사업에 국고로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사업에 지방재정으로 보조하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대행사업은 국고보조사업이 아니라 지방재원징발(徵發)사업이다. 115~116

지방교부세와 대행사업보다 훨씬 심각한 효율성 문제는 자체사업에 대한 국고보조금에서 발생한다. 국고보조는 지방정부 입장에서 비용을 실제 사업비용보다 작게 만든다. 그래서 국고보조금이 없다면 하지 않았을 사업, 더욱이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도 시행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지원 여부가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보다 정치력에 의해 결정된다면 지방정부는 저마다 좋은 사업을 개발하기보다 정치력을 동원하는 데 더 힘을 쏟게 된다. 이러한 왜곡된 행위에 따라 발생하는 무형의 낭비가 효율성을 더욱 떨어뜨릴지도 모른다. 132

도산 위기에 몰린 민간 기업을 퇴출시키는 대신 회생 절차를 밟기로 했다면, 재정을 지원하고 채무를 유예․조정해주되 법정관리인의 감독 아래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지방정부를 기업과 달리 대우해야 할 이유는 딱 하나다.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피해다. 사업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생산이 줄어도 소비자가 다른 제품을 구매할 수 있거나 구매하지 않아도 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회생 절차를 밟느라 지역주민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가 중단되면 큰일이다. 결국 이 제도의 핵심은 지방정부 재정이 파탄에 이르렀을 때 지역주민을 보호하는 데 놓여야 한다. 그리고 그 한도 내에서 책임져야 할 정치인․관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165

빚내서 하나 민자사업으로 하나 동일하다면 민자사업이 예산을 낭비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 빚으로는 못할 사업도 민자로는 할 수 있다. 정부 채무가 늘어나는 데는 국회와 언론이 민감하다. 게다가 지방정부는 채무 규모에 제약이 있어서 마음대로 빚을 지지도 못한다. 그러나 민자는 다르다. 공식적인 빚이 아니므로 국회와 언론의 감시가 약하다. 빌리는 데 제약도 적다. 게다가 지방정부 입장에서 빚은 가급적 숨기고 싶은 약점이지만 민자 유치는 널리 홍보하고 싶은 업적이다. 세금은 안 쓰면서 주민에게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을 제공한다고 여긴다. 대단한 착각이다. 179~180

교육을 단체장 관할로 해서 생기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교육의 자주성(정치적 중립성) 훼손? 내 기억으로 이념 논쟁은 단체장 선거보다는 교육감 선거에서 더 심했던 것 같다. 전문성 훼손? 대통령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여야만 정책의 전문성이 유지되는 게 아니듯이 단체장이 교육의 전문가여야만 지방교육의 전문성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260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김태일·좋은예산센터 지음 | 2014-07-28 발행
223*152mm | 351쪽 | 정가 15,000원
ISBN 979-11-952181-1-0 (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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