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키즈의 생애

 

환란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일곱 개의 이야기들
그 삶이라는 고유함, 시대라는 교집합

1997년 IMF 외환위기. 바로 뒤이어 연상되는 단어는 구조조정, 정리해고, 파산 같은 단어들이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 사건 혹은 시간으로부터 꼭 20년이 흘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건너야 했을 이 여울은 지금 각자의 삶에 어떻게 새겨져 있을까. 특히 이 시기와 10대가 포개진 이들은 이 사건 혹은 시간이 어떻게 체화되었을까.

《IMF 키즈의 생애》는 이 질문들에서 출발했다. 이 세대에 해당하는 일곱 명을 만나 그 삶의 연대기를 담았다. 단정한 문체와 깊이 있는 시선이 담긴 글들을 선보여온 저자 안은별이 이들의 생애사의 주요한 순간들을 포착하는 동시에, 그 이야기들의 교집합을 추출한다. 그리고 사회와 개인, 타인의 삶과 자신 사이의 균형 감각을 유지하며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감각이 무엇인지를 살핀다.

고통을 전시하고 불행의 크기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개인들이 감당해온 삶의 무게와 그 고유함을 보임으로써 ‘살아간다는 것’의 힘, 또 그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것의 힘을 보여준다.

 

“이 책이 누군가의 ‘안심’을 위해,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쓰인 것은 아니지만 이 환란의 시대를 통과하는 이들을 같은 공간으로 초대하고 시대 감각을 나누는 기능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각자의 특수한 삶의 이야기가 대화를 통해 상대화될 때 공기처럼 자연화되어버린 ‘구조’ 또한 매개적으로 사고될 수 있을 것이며, 어느 누구도 그 바깥에 서서 비판하거나 때려 부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무력함의 조건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 신도시, 가족-결혼, 일… 그리고 불안
전략이 된 우리 삶의 윤리

저자는 일곱 명의 생애사를 ‘사회적인 것’으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경계하면서도,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교집합들을 조심스레 제시한다. 신도시, 사교육, 비혼 등은 이 또래들의 유별한 경험인 동시에 이 세대를 관통하는 교집합이기도 하다.

80년대생 일곱 명이 성장한 시기는 민족사관고, 외고, 과학고 등 공교육이 다양해지고 간디학교, 하자학교 같은 대안학교가 생겨난 때이자, 무엇보다 이를 준비하는 사교육과 전략, 자본이 중요해진 시기다. 또 호황과 불황의 낙차가 극심해지고, 그 결과 취업난과 불안정한 직업, ‘격차’가 고착된 시기다. 또 그 영향으로 개인이 저출생, 비혼을 선택하고 이로써 인구구조의 대변화가 열린 시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 변화들을 거시적인 조감도나 통계로 들여다보는 대신 그 안에 놓인 개인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서 도리어 이 변화들이 얼마나 극심했고 얼마나 지대하게 삶에 영향을 끼쳤는가를 발견한다. 이 일곱 명은 그 변화의 당사자로서, 목격자로서 등장한다. 또 정치, 문화예술, 자영업, 스타트업 등 각 인터뷰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른 한 층의 레이어로 포개면서 입체감 있는 리얼리티를 더했다.

저자는 동시대를 거쳐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포함될 그물망으로서 IMF 이후 사회 변화에 주목하면서, 또 그 변화의 결과이자 원인이기도 한 타인의 삶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전달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지난 20년 동안의 변화를 보다 면밀하게 응시할 수 있을 것이다.

 

“여느 미담의 구조처럼 ‘언젠가는 좋은 시간이 올 거라는 희망을 발견하고’ ‘좌절하지 않으면서’가 아니라, ‘좋은 시간이 오지 않음을 알면서도’ ‘끝없이 기도(企圖)하고 좌절하면서’ 살아간다는 미담의 역구조에서 오는 리얼리티가 이 이야기가 갖는 힘일 것이다. 그것을 한 사람의 연대기 속에서 최대한 가감 없이 건져 올리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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