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 시대의 바른 생활,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
‘이야, 트위터를 하다 하다 트위터 에세이를 썼습니다’
“이렇게 살아야겠다 작정하고 살지 않아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그렇게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트위터를 살아온 것이다.” -본문 중에서
언젠가 역사책에서 2010년대 페이지를 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할 단어 SNS. 그중에서도 어쩐지 안쓰러운, 사용자들로부터 ‘트위터야, 아프지 마’ 열렬한 응원을 받는 기묘한 플랫폼. 당대의 가장 뜨거운 이슈를 퍼뜨리는 발파공이자 날선 말들이 오가는 격전장. 세상 귀여운 개와 고양이 들의 놀이터. <아무튼, 트위터>는 그 트위터의 세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트잉여의 이야기다.
저자는 책을 만드는 편집자다. 편집자건만 뭘 잘하는지 몰랐기에, 잘하는 게 없어서 뭐라도 해야 했기에 출판사에서 시키는 일은 다 했다. 트위터를 만들어 책을 홍보하라는 회사의 지시마저 충실히 따랐고 그렇게 회사에서도 당당하게 트위터를 하던 끝에, 인생의 반쯤은 트위터에 걸치고 사는 트잉여가 되고 말았다…. 이제 작은 방에서 홀로 일하는 프리랜서, 세상과 이어진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 모니터에는 항상 트위터 창이 띄워져 있다.
저자는 트위터에서 ‘호밀밭의 사기꾼’이라는 이름으로,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에서 ‘오라질년’이라는 이름으로 찰진 드립을 뽐냈다. 그런 그답게 이 책은 마음통에 담아두고 싶은 반짝이는 문장들과 폭풍 알티하고 싶은 에피소드들로 채워졌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 뚜벅뚜벅 걸어가’
비관 속에서도 삶을 애호하고 가꾸는 태도들이 좋아서
아무튼 시리즈는 트위터에서 출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을 비관하되 지지는 않겠다는 마음들. 세상이 눈감은 무례와 몰염치에 나서서 경보를 울리는 사람들. 우울하다, 바쁘다, 피곤하다 아우성치면서도 더 나은 것, 바른 것으로 삶을 채우려는 사람들. 바닥없는 우울로 떨어지면서도 요리를 마련하고, 식물을 가꾸고, 바이크를 타고, 개짤을 올리며 이 시간을 살아내는 사람들. 해일이 올 때 조개를 줍는 마음들의 세계, 그 애호의 태도가 바로 ‘생각만 해도 설레는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라는 아무튼 시리즈의 단초가 되었다.
<아무튼, 트위터>에는 그런 삶들의 굳건함을 닮아가려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렇게 살아본 자만이 던질 수 있는 현명한 문장들을 보며 삶을 돌아본다. 차마 내뱉지 못했던 말들을 타인의 용기에 기대어 함께 외쳐본다. 굳이 혼자 먹을 밥을 애써 장만하는 일의 수고로움, 혼자 일하는 공간에 꽃을 들이고 가꾸는 단정함, 일과 일의 좁은 틈에 자기만의 시간을 빠뜨리지 않는 단단함까지. 그렇기에 저자는 많은 것을 트위터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더욱 트잉여가 되어가고 있다….
도망치고 싶지만 혼자는 두려울 때
적당히 애매한 관계가 좋아서
지방 소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는 온 동네 사람들이 ‘성당 앞 골목 가운뎃집 막내’임을 아는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한다. 모든 일에 열과 성을 다해 답하고 챙겨주는 가족들의 정성도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런 관계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숨고 싶을 때 트위터는 딱이었다.
트위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관계의 연결망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역시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트위터엔 조금 다른 사람들, 다른 관계들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말에 반응하고 어떤 말을 모른 척해야 할지 아는 곳. ‘친구’도 되고 ‘이모’도 되지만 적정선 이상의 친밀함은 요구하지 않는 곳. 광인도 ‘개저씨’도 ‘넌씨눈’도 있지만 간단히 차단할 수 있고 익명성에 숨을 수 있기에 현실보다 안전함을 느끼는 곳. 한쪽으로 기울어가는 공론장이 일침 한 마디로 균형을 찾아가기도 하는 곳.
랜선으로 이어진 관계를 피상적이라고 냉소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자는 다정한 마음을 나눌 수만 있다면 피상적이면 어떻고 가벼우면 어떠냐고 되묻는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더욱 트잉여가 되어가고 있다….
‘트위터는 ○○다’, 이 공란에 누군가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을 채웠다. 저자에게 트위터란 2010년대를 함께 보낸 좋은 친구이자 ‘즐거운 생활’ ‘바른 생활’의 좋은 참고문헌이었다. 그 마음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통에도 담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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