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20년,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한국의 사회경제구조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4차 산업혁명, 소득주도 성장, 고령화 저출산, 질 낮은 일자리, 영세자영업…
산적한 문제의 원인 그리고 돌파구는 무엇인가
한국 경제의 궤적, 현주소 그리고 목적지를 탐색하다
“판이 바뀌었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책 소개
저성장과 불평등, 불안정한 삶과 허덕이는 생활이 우리 사회의 기본값이 되었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영세자영업, 고령화 저출산, 재정 문제 등 수많은 문제 또한 가지를 뻗어 나왔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기도 하는 문제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 경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는 바로 그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찾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이 책은 한국 경제는 어떻게 성장했는지, 왜 저성장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지,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이자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 대표를 맡고 있는 저자는 우리의 경제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에 저성장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달라진 구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고 말한다.
구조 변화는 한국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이 맞닥뜨린 문제다. 저자는 경제체제의 한 축인 정부 역할에 따라 각국이 서로 다른 경로를 걷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한국 경제의 경로와 목적지를 새로 설정할,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고 역설한다.
이 책은 크게 1부 성장의 궤적과 저성장의 현주소, 2부 불평등 문제와 정부의 역할로 나뉘어 있다. 전작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에서 실제 사례와 최신 연구 결과, 경제학의 이론을 망라해 재정과 정부의 역할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알기 쉽게 전달한 바 있는 저자는 역사적인 궤적부터 현재의 쟁점, 동시대의 세계의 동향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큰 그림을 조망하고 핫이슈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흥미롭게 제시하는 별도의 글을 통해서 경제를 한층 쉽게, 수준 높게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앞으로 한국 경제, 성장할 수 있을까
한국 경제에 최적화한 경제성장의 개념과 자본주의 변천사
IMF 외환위기의 충격은 수많은 부도, 대량 해고, 구조조정 등도 있었지만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1998년 경제성장률 -5.5%, 고도성장을 거듭했던 한국 사회가 받아든 성적표는 충격이었다. 이후로도 전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자 7%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또 최근 한국 경제에는 내수주도 성장론, 소득주도 성장론이 논란거리다. 이 둘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수출주도, 투자주도 성장론이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수출과 투자에 방점을 찍고 성장해왔으나 이제 한계에 달했으니 수출보다는 내수를, 투자보다는 소득을 늘려 경제를 성장시키자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제기되었을까? 이는 합당한, 가능한 방법일까? 아니 경제성장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이 책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부터 자유화 정책, IMF 외환위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경제 성장사를 맥을 짚어 훑는다. 또 자유주의부터 수정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의 변화가 의미하는 바 또한 명쾌하게 제시한다.
즉 한국 경제에 저성장이 문제라는데 경제성장이 무엇이고, 과거에는 어떻게 급속한 성장이 가능했고 무엇이 달라졌기에 지금은 속도가 느려졌는지를 제시한다. 또 자본주의의 다양한 단계를 거친 서구 경제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우리 경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외적 환경의 변천사 또한 함께 살펴본다.
한국 경제의 열망과 절망을 이해하는 시민 경제 교과서
경제성장은 한마디로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고 효율을 높여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전쟁 후 무일푼이었던 한국 경제는 노동을 대거 투입해 성장을 일으켰고, 이후 투자를 늘려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노동과 자본의 투입을 더 늘리기도 어렵다. 효율은 점점 떨어진다.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로 넘어가면서 빚어지는 결과다. 서비스업 비중이 늘면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일자리 자체도 줄어들며 생산성이 증가해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 그 결과가 지금의 저성장, 불평등 그리고 개인들의 팍팍한 삶이다. 또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개방도가 높아진 환경도 저성장에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의 미덕은 방대하다 할 이 역사적인 궤적을 명확한 이론이나 통계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사건과 다양한 관점을 더해 균형을 잡아 제시한다는 점이다. 정부주도 성장의 종말을 상징하는 대우그룹의 몰락, 잘못된 내수 진작의 결과인 ‘카드대란’, IMF 외환위기의 원인과 경과까지. 경제사의 흥미로운 사례들과 그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자본주의 변천사부터 한국 경제의 성장사, 경제성장의 개념을 대번에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한국 경제가 왜 지금 여기에 멈춰 서 있는지를 납득할 수 있다.
변화의 시대, 불평등의 시대 맞서는 ‘포용적 성장’의 가능성
우리는 어떤 경로와 목적지를 선택할 것인가
성장의 함수를 거꾸로 하면 분배의 문제가 된다. 즉 생산의 몫을 자본과 노동이 나누는 것이 분배다. 그런데 생산이 늘지 않아서 나눌 몫 자체가 줄고, 그중에서도 노동의 몫이 줄어들고 있다. 즉 사회경제구조가 변화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1부에서 경제의 변천사를 통해 저성장의 이유를 탐색했다면 2부에서는 그 결과이자 현재에 주어진 과제로서 불평등에 주목한다. 피케티부터 앳킨슨, 스티글리츠, 라이시까지 왜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불평등 문제에 경고등을 켰을까? 이들의 견해를 소개하는 동시에 저자는 직접 분석한 각국의 임금 격차, 소득 분배율, 복지지출의 규모와 내용 등을 제시하면서 ‘불평등하다’는 말 안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파고든다. 그것이 분배의 문제로서만이 아니라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바로 한국 경제가 돌파해야 할 과제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평등을 대표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한국의 불평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저자는 미국과 한국의 불평등은 다른 양상이라고 말한다. 즉 미국은 극소수의 상위층이 전체 부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서 문제라면, 한국은 많은 하위 계층이 너무 적게 가져가기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므로, 가난할수록 위험해지는 구조다. 왜 한국 사회에서는 가난할수록 위험해질까. 대기업 몰아주기에서 형성된 원하청 관계, IMF 이후 대거 떠밀려 양산된 영세자영업자 문제, 턱없이 부족한 사회서비스 부문 고용 규모 등을 차근차근 점검하면서, 저자는 아직 미비한 복지 제도 못지않게 시장경제의 규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제조업과 서비스업 격차,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격차, 수출과 내수 격차. 격차는 본질적으로 분배 문제다. 그런데 경제활동의 각 영역에 존재하는 격차들이 이제는 성장의 문제가 되었다. 앞으로는 성장과 분배 정책이 함께 가야만 한다. 나는 이것이 우리 경제 현황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256쪽
시장경제의 첨병이라 할 IMF에서도 성장과 분배는 함께 가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세계은행과 OECD는 지금의 불평등을 시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마저 위협당한다고 경고하며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저자 또한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속성이 아니라 적절히 대응하면 치유가 가능한 질병이며, 이를 바로잡는 것이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성장과 불평등, 그로부터 비롯한 개인과 가정의 고단한 삶의 문제는 사회경제구조의 변화가 원인이자 그에 대응하지 못해서 빚어진 문제다. 또 최근의 이슈로 부상한 4차 산업혁명, 고령화 저출산, 공공기관 일자리 정규직화, 일-가정 양립 문제 등 이 책에서 다층적으로 다루는 이 문제들을 이해한다면 한국 경제가 이제 어떤 목적지를 선택하고 어떤 경로를 설정해야 할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이 책이 시민 경제 교과서이자 한국 경제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자임하는 이유다.
저자 소개
김태일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정책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공공경제학과 복지정책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2001년부터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2010년부터는 ‘좋은예산센터’ 소장을 맡아 시민운동가로서 시민들이 재정을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힘을 쏟고 있다. 지은 책으로 국가 재정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지방재정의 원리와 체계를 담은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등이 있다.
차례
프롤로그 | 먹고사는 문제, 왜 점점 더 어려워질까
1부
1 지금까지 한국 경제, 이렇게 성장했다 | 개발연대 경제 약사
2 한국 경제, 좋았던 시절 | 경제 자유화와 IMF 외환위기
3 외환위기 20년, 모든 것이 달라졌다 | IMF 외환위기의 경과
4 세계는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 20세기 경제 약사
5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다, 좋게도 나쁘게도 |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6 사회경제구조를 바꾼 것은 기술이다 | 경제성장 이해하기
7 사회경제구조,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 탈산업사회의 특징들
8 CEO는 평사원보다 얼마를 더 받아야 적당할까 | 자본주의와 불평등
2부
9 지금부터 한국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 한국 경제 경로 탐색
10 왜 우리는 가난할수록 위험해지는가 | 불평등과 정부 역할
11 일자리에는 두 개의 세계가 있다 | 일자리 문제
12 가난한 자들의 ‘치킨 게임’ | 자영업 문제
13 1년에 160조 원, 어떻게 쓸까 | 복지와 사회안전망
14 다른 자본주의가 가능하다 | 게임의 규칙, 정부의 역할
에필로그
주석
본문 발췌
수출입국(輸出立國). 수출로 나라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당시 관공서와 공장 벽면마다 붙어 있던 사자성어다. 당시에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수출에 올인했다. 수출 기업에는 조세 감면, 보조금 지원, 저금리 대출 등 각종 특혜를 몰아줬다. 얼마나 특혜였는지 저금리 대출만 따져보자. 2차에 걸친 경제개발계획 기간 내내 무역금융 금리는 일반대출 금리에 비해 최소 10%P 이상 낮았다. 예를 들어 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 기간 동안 일반대출 금리는 연 23.2%였다. 그런데 무역금융 금리는 6.1%였다. 지금 기준으로는 연 6.1%도 꽤 높은 금리지만 당시의 무역금융 금리는 물가인상률보다도 낮았다. 개발연대는 엄청난 고물가 시대이기도 했다. 무역금융 금리는 실제로는 마이너스 금리였던 셈이다. 그래서 수출 명목으로 돈을 빌릴 수만 있으면 수출품 자체는 원가보다 싸게 팔아도 이득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도 수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35쪽
사람들이 기억하는 외환위기는 IMF의 구제금융으로 국가부도 위험을 넘겼다는 것이 아니라,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1년여 동안 많은 사람에게 닥친 부도와 실직 사태다. 또 그 과정에서 발생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폭락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나처럼 재정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구제금융 이후 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 세금과 빚으로 조달한 170조 원이 투입되고 그중 3분의 1은 회수하지 못한 것을 덧붙일 수 있겠다. 67쪽
작은 섬유업체로 시작해서 재계 서열 2위의 그룹이 되기까지 대우의 역사는 고도성장기 발전국가 모델의 전형이다. 정부는 금융으로 기업에 자금을 대주고, 기업은 그 돈으로 공장 짓고 사람을 고용해 물건을 만들고, 만든 물건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해외에 파는, 정부-금융-대기업 삼각동맹의 작동 방식 말이다. 그리고 대우의 몰락은 그런 발전국가 성장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음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74쪽
사회경제구조가 변화했기에 시장이 중시되고 자본 자유화가 이뤄진 것까지는 OK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 세계를 휩쓴 지난 20여 년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구조 변화에 적정하게 대응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본 이동을 허용한다고 해서 아무런 제약도 둘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기업 활동을 촉진하려고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사회정책 목표를 포기해야 할 만큼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고삐를 풀어버리라는 뜻은 아니라는 말이다. 148쪽
‘노동과 자본 투입을 팍팍 늘려 경제가 성장하던 시절은 지났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근본 이유다. 이제는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나오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마저 없어진다니 노동 투입을 증가하기는 더욱이나 어렵다. 전 세계적인 과잉 생산이 문제니 자본 투입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있는 공장도 풀가동을 못 하는데 왜 새로 공장을 짓겠는가. 기술 진보와 혁신으로 새로운 수요가 생겨야 자본투자도 늘어난다. ‘더 이상 쉬운 길은 없다.’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따라가기만 하면 됐던 길은 이미 지났고, 이제는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길이 놓여 있다. 236쪽
시장을 가장 우위에 두는 경제체제인 미국도 산업화 전성기 때는 불평등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으며, 세계화와 탈산업사회 시기가 되어서 불평등이 극심해졌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개발연대 산업화 시기 때는 부정행위가 만연했어도 불평등은 심각하지 않았다. 불법·부당 노동행위와 법규 위반은 그때 더 심했을 텐데 말이다. 세계화와 탈산업사회가 되면서 큰 문제가 되었다. 277쪽
우리 사회에서 고용 안정성이 낮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자리의 질이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 근무하고 싶을 만큼 괜찮은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다. 또 ‘공산품 수출 대기업’에만 집중해 지원한 것이 원인을 제공했더라도, 우리 사회에 질 낮은 일자리가 그토록 많아진 것은 세계화와 탈산업화라는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03쪽
다른 국가들의 보건·복지 분야 고용이 우리에 비할 바 없이 높은 것은 가족을 대신해 정부가 돌봄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일찍 저출산·고령화, 일·가정 양립 문제가 대두되었기에 이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을 강화했다. 우리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다른 나라들에는 턱없이 못 미치지만 그나마 한국의 보건·복지 고용 규모가 6%를 넘게 된 것도 아주 최근 일이다. 장기요양보험 도입, 무상보육 확대 등에 따라 돌봄 분야 고용이 급증해 그 정도까지 올라갔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높아질 기미가 없고 일·가정이 충돌해 갈등이 여전하다. 330쪽